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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cson을 다녀와서 - 박 정덕 선생(4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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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781회 작성일 02-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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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정 덕 선생 (45기)



무척이나 망설이고 걱정이 되었던 Tucson 행이었다.
wire bending을 하면서 Typodont 실습을 하다가 2-3시간이 지나면 눈이 잘 보이지가 않아서 두 달 전부터 돋보기를 맞추어 쓰고 눈을 적응시켰다. 1년 전부터 영어걱정을 했지만 공부가 잘 되지 않아서 실력이 잘 늘지 않았다.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가기 며칠 전부터는 될 때로 되겠지 하는 배짱이 생겼다. 혹시 빠뜨릴 까봐 일주일 전부터 실습 준비물을 생각나는 대로 챙겼다. 그리고 짐을 적게 하기 위해 최소한의 옷만을 가져갔는데 이것은 큰 실수였다. 그저 편하기만 한 바지와 셔츠 차림을 2주일동안 계속하는 게 참 부끄러운 일이었다. 사진도 40대 들어서 가장 많이 찍은 날들이었는데..... 거기다 사나흘 뒤부터 올 때까지 입술이 터져 그야말로 거지 꼴 이었다. 나의 유일한 make up인 립스틱마저 못 바르고 허연 입술에 벌건 상처... 하여튼 두려워하고 기대하던 Tucson course에 가게 되었다.

서울 Tweed Course할 때 torch에서 gas 빼느라 검색대에서 한참 애썼기 때문에 이번에는 부치는 짐속에 gas채워 넣은 torch를 잘 숨겨서(?) 별 탈없이 짐을 부쳤다. 모든 팀이 합류하기로 한 6시를 40분이나 넘겨 겨우 국제선 2청사에 도착하여 바쁘게 LA비행기를 탔다. LA공항의 America west 청사에서도 중부지방의 Tornado 때문에 비행기가 뜨질 않아 4시간 넘게 기다린 후 팀이 헤어질 뻔한 우여곡절 끝에 겨우 전원이 한 비행기를 타고 phoenix로 향했고 phoenix에서도 가까스로 비행기를 갈아타고 현지 시각 발 12시에야 Tucson공항에 도착했다. 서울 출발한지 거의 19시간 지났을 때였다. 그 날 밤은 겨울처럼 추웠다. 따뜻한 옷이 꼭 필요했다. 그 날은 새벽 4시에야 잘 수 있었다.

다음날 토요일 오전에는 desert museum을 보고, 오후엔 old Tucson을 가 보았다. 날씨가 흐리고 비도 가끔 몇 방울씩 떨어져서 사막지대를 구경하기엔 덥지 않고 아주 좋은날이었다. 지나고 보니 햇볕이 쨍쨍하면 금방 화상을 입을 것 같이 뜨거워서 흐린 날이 더 좋았다. Tucson은 사막지대라서 나무들도 색깔이 선명한 초록빛은 별로 없다. 산에 나무가 듬성듬성한데 가까이 보니 대부분 선인장 종류였다. 넓은 평원에 선인장들이 나있는데 멀리서 보면 바다의 수평선을 보는 듯 했다. 자꾸 갈증이 나고 입술은 타들어 가서 느낌이 좋지 않았지만 시내를 빠져 나와 산을 보며 달리는 것이 시원했다. 왜냐면 흐린 날이었기 때문에... 일주일이 지난 그 다음 일요일에 남쪽의 green valley쪽을 다녀올 때는 땡볕에, 보이는 것은 삭막한 산뿐이고, 그늘도 없고 쉴 곳도 없어, 숨이 막히고 더위를 먹는 듯했다. 어느 곳을 가든지 우리는 공항 렌트카 회사에서 가져온 지도를 보고 찾아 다녔는데, 박미희 선생님이 지도를 잘 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차에 기름 넣는데 self라서 애 먹었다. 카드 넣고 버튼 몇 개 누르고 (거기 외국인들에게 물어가면서) 겨우 주유를 했다. 시간을 많이 소비했다. 얼떨떨하게 첫 토요일을 보내고, 드디어 일요일부터 수업이다.

연구소 건물은 나지막한 1층이고, 담장 대신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린 오렌지 나무들이 서있고, 장식품으로 걸린 말린 고추다발이 시골집 같았다. 우리가 배정 받은 Annex room은 가장 맘에 드는 방이었다. 창밖에 오렌지 나무와 Tweed mark가 있는 정원이 보이기 때문이다. 작고 아담하면서....
우리 방의 분위기는 내내 즐거웠다. 실습도 열심히 하면서 여유 있는 농담을 주고받던 박재구, 원정연 선생님 모자란 영어로 열심히 질문하고 들으면 곽은미 선생님이 다시 유창한 통역으로 꼭꼭 다져가면서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우리에게 인기 있던 게백 선생님이 우리의 질문에 열심히 대답해주시고 곽은미 선생님은 열심히 통역해 주신 끝에 뭔가 통역이 덜 된 것 같아 윤완섭 선생님이 다시 그 뒤를 이어 통역해 주시더니 뒤에 서 계신 게백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니 하는 말 "맞지예??" 부산사투리로, 하하하 게백 선생님, 알아들으셨어요? 내년에 우리나라에서 WEOC 세계대회도 있고 하여, 외국 선생님들과 얘기도 많이 하고 한국에 꼭 오라는 말도 하고 싶었지만 영어가 짧아 한 두어 마디 하면 말문이 막혀 버린다. Typodont 실습하느라 시간이 잘 가니 망정이지 듣고 말하기만 한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하루하루였을까? Klontz선생님이 아침 8시와 오후 1시에 잠깐씩 강의를 하셨지만 잘 듣지 못하는 group에겐 잠자는 시간이 될 뿐이었다. 몰려드는 졸음과 못 알아듣는 갑갑함이 졸음을 더 배가시켰다.
우리 방의 실습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자유스러워서 마지막이 돼갈 무렵엔 옆자리의 이태리 팀들은 실습하다가 "오! 솔레미오"를 합창하고 우린 박수를 보내고, 질세라 우리의 ?아침이슬?로 화답하면서 즐겁게 보냈다.
새로운 instructor 가 오신 아침엔 돌아가면서 sign 받고 공부 끝나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어쨌든 바쁜 하루들이었다. 우리를 봐주시는 틈틈이 노래를 부르고 휘파람을 불면서 즐겁게 일하신 지오바니 선생님 옆 팀에선 별로 자리를 지키지 않는 것 같다가 우리 팀에서 check받고 질문할 때마다 열심히 가르쳐준 포기 선생님, 웃음소리가 장난스럽게 휘파람 소리도 경쾌한 주니어 게백 선생님, 영어가 서툴러 사전 찾아가면서 가르치던 리사 선생님, ideal arch와 omega flush하게 하는 법을 차근히 만들어 보이시던 존 선생님, 두렵게 울리는 큰 목소리로 열심히 가르치고 틈만 나면 중국 팀에 가서 또 가르치시던 지민 선생님, 무엇보다 WEOC 홍보로 마음 조렸을 우리의 장순희 선생님, instructor선생님들의 환호 속에 장하게 일을 마치시고야 홀가분해진 장순희 선생님, 모든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Tucson의 주택가 모습이 아름답게 내 눈앞에 다가올 무렵에 그만 거길 떠나게 되어 섭섭했다.
Tucson에서의 15일, 이제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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